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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흔적

[주일학교]교사가 교사에게

by prelude618 2023. 12. 25.

 

<스승의 날 교회학교 교사 축복예배에서 교사의 교사자격으로, 현재 교사분들께 격려와 권면의 편지로 함께 나눈 글입니다.>

사랑하는 선생님들, 수원교회학교 선후배님들 반갑습니다.

저는 재작년까지 교회학교 교사와 청년부장으로 섬기다가, 작년부터 해외선교부장으로 섬기고 있는 이ㄱㅎ 집사입니다.

편지형식으로 이렇게 제 마음을 담아볼까? 아니면 자유롭게 권면의 말씀을 전할까 하다가, 자칫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이렇게 편지로 여러분을 향한 제 마음을 표현해봤습니다.
 
저는 유년부시절 앞집 아저씨의 전도로 초등학교 1학년부터 지금의 시온성전에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지금으로부터 대략 40년전 일이네요. 

집안이 가난했고, 아버지도 항상 병환으로 누워계셨던 저는 교회학교에 나오고 나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습니다. 누군가 저를 그렇게 따뜻하게 안아주고, 사랑해주고, 칭찬해 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저는 이 세상에 태어나 거의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그런 따뜻함을 사실 별로 못느끼고 살았으니까요. 

그러다, 집안이 더 어려워지고 이사를 가고, 저는 자연스럽게 교회학교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때 유년부 부장선생님이셨던 홍ㄱㅇ장로님이 세류동 저희집까지 찾아와 저희 아버지를 설득하셨던 일이 생각납니다. 결국 설득에 실패하고 돌아가시면서 눈시울이 젖은 표정으로 "ㄱㅎ아 잘 지내"라고 인사하고 가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렇게 교회를 잊고 지내다가 우연히 고등학교 1학년때 같은 반에서 유년부 옛친구를 만나게 되어 다시 교회를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경쟁에 시달리는 고등학교 시절 교회학교는 다시 저에게 작은 천국의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예전에 임시담임목사님으로 섬겨주셨던 서ㅈㄱ 목사님의 동생분인 서ㅇㄱ 선생님은 거의 매주 저희들을 집으로 초대해 맛있는 것을 해먹이시고, 항상 이모같은, 누나같은 그런 사랑을 베푸셨습니다. 여러가지로 어려웠던 가정에서 또 경쟁이 치열한 학교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따뜻한 사랑은 저의 평생의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그 경험이, 저를 아직까지 수원교회에서 섬김을 쉬지않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청년들중에 ㅅㅊ이, ㅈㅎ, ㅈㅇ이의 어머님, 아버님이 저를 교회학교에서 가르쳐주셨고, 제가 이 친구들을 교회학교와 청년부에서 양육했습니다. 또 이 친구들이 작년, 또 올해 우리 ㄱㅁ이, ㄱㅎ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수원교회 교회학교는 몇대에 걸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사랑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을 인생의 목표가 아닌 과정으로 봤고, 대통령에서 물러난 이후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며 90살이 넘어서도 봉사활동을 이어가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지미카터 미대통령은 주일학교 교사를 대통령 재임중에도 빠지지 않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소비자는 왕'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하고, 주6일 근무에서 토요일 오전근무 제도를 시작함으로 고객과 직원을 섬기는 마인드를 거의 처음으로 기업경영에 도입한, 백화점 왕 존워너메이커는 체신부 장관의 수락조건이 주일학교 교사를 그만두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제 삶속에서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또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가면서... 교회학교를 통해 사랑받고, 또 섬김을 다하는 과정이 진실로 가장 큰 배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결코 부인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실 때,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주여, 저들은 저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악행만이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선행을 할 때도, 그것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 알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날수록 그것은 드러나게 됩니다. 또 우리가 천국에 가는 날 더 밝히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했던 일이.. 우리가 교회학교에서 젊음을 바쳐 섬기고 헌신했던 것들이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 말입니다. 

그래서, 순종이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르쳐 지키게 하라"라는 예수님의 지상명령에 순종하여 이 자리에 계신 교회학교 교사 여러분...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이 얼마나 귀한 축복의 자리에 서 있는지 지금은 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 자리를 포기하지 마십시오. 우리의 훌륭한 믿음의 선진들이 지키고 가꿔온 그 축복의 자리를,우리가 주께 돌아가는 날까지 내려놓지 말기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강권합니다.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 May 15,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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