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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흔적

오랜 친구

by prelude618 2026. 1. 7.

2003년 이직을하고 출장을 엄청다니니깐, 렌트를 해야하는데, 면허는 있었지만 운전실력이 부족하니 렌트를 하는 것에 부담이 컸다. 그래서, 차를 꼭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2004년 후배와 같이 3군데 정도 대리점을 돌아다니고서는 무엇보다 동급중에 안전에 강점이 있다는, 차를 한대 샀다.


풀옵션을 가진 스페셜 에디션으로 샀고, 그 당시 정말 Early adapter흉내를 내본다고, 네비게이션(이 당시는 휴대폰 네비게이션도 없을 때)에 DVD 플레이어까지 장착한 차량이었다.


한 후배는 이 차를 타고서는 “와 저같은 사람도 이제 운전을 할 수 있겠군요.”라며 감탄(?)을ㅎ


그 이후로 20년 가까이를 잘 탔다.

수많은 추억이 함께 있었고, 수많은 장소와 수많은 공기가 이 차를 보면 떠올랐다.

거의 절반을 나의 총각시절과 함께 보냈고, 절반을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보냈다.

우리 막내까지 이 차를 탔다.


그리고, 2022년 이민을 떠나면서 결국 이 정든 차와는 작별을 고해야했다. 원래는 아는 후배가 달라고 하여 무상으로 주려고 했는데, 그게 어긋나면서… 막내누나에게 정리를 부탁하고 급하게 넘겼다. 바로 폐차시킬 줄 알았는데, 매형이 아깝다며 출퇴근시에 전용(?)차량으로 잘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를 멀리서나마 듣고 있었다.


‘고놈 참 명이 기네ㅎ’


지난 여름 한국에 가족들과 함께 들어가면서 차가 필요했다. 누나는 그 당시 또 타던 차를 새차로 바꾸면서 잠시동안 차가 3대가 됐다. 누나가 나보고 차를 빌려준다고 해서, 새차는 당연히 내가 빌려 탈수는 없고, 기존에 타던 차를 빌려달라고 했다. 내 차는 솔직히 나도 다시 탈 자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가족들하고 같이 타려니 안전도 걱정이 됐다.


그런 결정을 내리다보니, 내 새끼(?)를 내가 버린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짠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누나는 새차 보험에 나를 등록했다. 극구말려도 오랜만에 귀국하는 막내동생을 생각하는 누나의 마음을 말릴 길이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새차를 타고 잘 다니다가 첫 가족모임이 있는 식당에 갔는데, 매형이 내가 타던 그 차를 타고 오셨다.


우리 가족 모두는 그 차를 보고 깜짝 놀랐고, 분명 차는 무생물인데.. 그 감정은 정말 묘했다.

첫째와 둘째 녀석도 신나서 차를 만져보고 반가워했다. 그 녀석들에게도 대략 10년의 추억이 그 차와 함께 있었지ㅎ


식사를 마치고 다음 장소로 이동을 했다. 그런데 다른 식구들 몇명을 태우고 간 매형이 도통 오지를 않았다. 막내누나가 왜 안오냐며 전화를 매형에게 했다.

“차가 갑자기 연기가 나고 퍼져서 폐차장으로 보냈어. 우리 택시타고 갈께”


‘녀석 옛주인을 다시 만날 때까지 힘겹게 기다렸구나.’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3형제중에 감수성이 가장 발달한 큰녀석(경민이)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잘가라!! 빛나는(?) 내 청춘의 수많은 시간을 함께한 녀석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에도…

추운 겨울밤 어둑한 시골길을 달릴 때에도…

숨이 턱턱 막히는 한여름 도심의 체증속에서도…

너는 왠만한 어떤 사람보다 나의 든든한 동반자이자 보호자였었지.

 

너는 비록 어느 외진 폐차장 한구석, 여기저기로 흩어졌겠지만…

가장 마음이 아픈 날, 가장 기쁜 날, 가장 외로운 날, 가장 따뜻한 날

너와 함께 통과한 그 시간들은 내 마음속에서 쉽게 흩어지지 않을꺼야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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